오늘은 이렇듯
꽃밭에서 한 生을 살아버렸습니다
그 도시에 가면
내가 아주 어렸을 적
강변에서 신발 한짝을 잃고
울고 서 있을때
아가 울지마라
큰배 줄께
하고 말하며
삿대 젓는법 일러준
노인하나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가
8만4천년쯤 전
나 아직도
그때의 기억속에
남아 있어서
어느 세상 모퉁이
어깨 훌쩍이며
주저앉은 사람보면
아가 울지마라
옛날 이야기를 들려줄께
말해주고 싶을 적 있습니다
그 도시에 가면
다 큰 어른이 된 내게
아가 이제
두 발을 다벗었구나
끌 끌 끌 혀를 차며
낡은 삿대
여전히 쥐어주는
노인 하나 살고 있습니다
문득
곽재구 詩 사마르칸트를 읽다가
흩어진 파편같은 세월들을
하나 둘 줏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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