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은 알고보면 바쁜것도 없습디다

서각 초대작가

나의 이야기

어머니와 나무

1 죽도선생 2016. 6. 6. 17:47

 

 

 

 

 

 

 

 

 

 

 

 

 

 

 

 

 

 

 

 

 

 

이번 주에도

야외 전시회는 비 때문에 취소 되었다

겸사로 블방 친구들 눈요기 시켜 드릴려 했는데 ㅎ

천상에 계신분의 반대로 접어두고,

 

전시회에 나갈 작품 몇점과

어설픈 손으로 그림도 그려 보고

대추나무를 구하여 낙관을 팠다

대나무 죽 을 양각으로 죽도는 음각으로

정성들여 파고 보니 그런대로 나왔다 ㅎ

 

그리고

오래전 읽은 글 중에 어머니와 나무가 생각나서

이십여년전에 그만둔 서예지만

새로 배우는 캘리그라피의 맛도 또 달라서

화선지에 붓 가는대로 써보았다

써내려 가는 동안

몇번인가 붓을 놓고 수년전 끊었든

담배라도 한대 피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쓴 글인지는 몰라도

자식 생각하는 엄마의 가르침에

잔잔한 파문이 일어난다

 

 

"어머니와 나무"

 

바구니를 건네며 어머니는 말씀 하셨지요

매끈하고 단단한 씨앗을 골라라.

이왕이면 열매가 열리는 것이 좋겠구나.

 

어떤걸 골라야 할지 모르겠더라도

너무 많은것을 생각하지마라.

고르는것 보다 키우는 것이 중요 하다는것을 잊지 말아라.

 

물건을 살때는 아무에게나 가격을 묻고

덥석 물건을 집어들지 말고, 먼저 장안을 둘러보고

사람을 찾아보렴

입성이 남루한 노인도 좋고, 작고 초라한 가게도 좋을것이야

그리고 고마운 마음으로 물건을 집어들고

공손히 돈을 내밀어라.

 

오는 길에 네 짐이 무겁지 않았어면 좋겠구나.

오는 길이 불편하다면 욕심이 너무 많았던게지.

또 오늘 산것에 대해 너무 많은것을 생각을 하지는 말아라.

사람들은 지나간 것에 대해 생각하느라

시간을 허비 하고는 하지 .

 

씨앗을 심을 때는 다시 옮겨 심지 않도록

나무가 가장 커졌을 때를 생각하고 심을 곳을 찾으렴.

위로 향하는 것일수록 넓은 곳에

단단히 뿌리 내려야 하는 거란다.

준비가 부실한 사람은 평생 동안 어려움을

감당 하느라 세월을 보내는 법이지.

 

모양을 만들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지 말아라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선 더 많은 잎들이 필요한 법이란다.

타고난 본성대로 자랄수 있을때,

모든 것은 그대로의 순함을 유지할 수가 있단다.

 

낙옆을 쓸지 말고, 주위에 피는 풀을 뽑지 말고,

열매가 적게 열렸다고 탓하기 보다

하루에 한번 나무를 쓰다듬어 주었는지 기억해 보렴.

세상의 모든 생각은 말없이 서로에게 넘나 드는 거란다.

 

우리는 바람과 태양에 상관없이 숨을 쉬며

주변에 아랑곳 없이 살고 있지만,

나무는 공기가 움직여야 숨을 쉴수가 있단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것과 나무가 움직여

바람을 만드는 것은 같은 것이지.

 

열매가 가장 많이 열렸을 때 따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며칠 더 풍성함을 두고 즐기는 것도 좋은 일이지.

열매 하나 하나가 한꺼번에 익는 순간은 없는 거란다.

어제 가장 좋았던 것은 오늘이면 시들고,

오늘 부족한 것은 내일이면 더,영글수 있지.

그리고 열매를 따면 네가 먹을 것만 남기고 나눠 주렴.

 

무엇이 찾아오고 떠나가는지,

창가의공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렴.

나무를 키운다는 건

오래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야

그리고 조금씩 다가 오는 작별에 관해서도

생각 해야 한단다.

 

태풍이 분다고,

가뭄이 든다고 걱정 하지 말아라.

매일 화창한 날씨가 계속 되면 나무는 말라 죽는 법이지.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란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아프고 흔들린다는 걸

명심하렴ᆢ

 

어머니가 주었든 씨앗 하나 ᆢ

마당에 심어 큰나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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