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은 알고보면 바쁜것도 없습디다

서각 초대작가

시,서각,문인화,수묵화 73

숲길을 걸어며

전통서각 목련 꽃을 그림 그리고 刻하고 서현숙시인의 숲길을 걸어며 ᆢ 싱그러운 솔향이 겨우내 답답했든 가슴을 뚫어주고 개나리도 반기고 파릇 파릇 연두빛이 사랑스럽고 덩달아 신이 난듯 철쭉도 방긋 아 ~ 어떻게 하나 풀씨가 되어 빈, 허공을 떠돌다가 ᆢ 느티나무에 목련을 刻하고 물감으로 하얀 꽃을 피워보았다 가을 억새와 쑥부쟁이 그리고 구기자 열매 黑卯년에는 꽃꼿이 하는 마음으로 이들을 그려볼것이다 수백장을 그리다 보면 몇점은 건지겠지 ㅎ ᆢ ᆢ 💕 산책을 나서다가 문득 블친 서현숙 시인의 봄기운이 듬뿍 담긴 詩, 숲길을 걸어며 라는 詩를 음미 해봤다 늦가을 억새 잎이 흙빛으로 돌아가고 쑥부쟁이가 파아란 가을 하늘을 보고 손을 흔들때 수줍어 볼을 붉히는 구기자 열매도 찾아 올때쯤 그림은 어떤 모습으로 선을..

바람의 말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詩입니다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마 저 강물이 어디로 가는지 살아 오면서 대충의 흐름은 알것이다 어쩌면 세상 모든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것인가 작품은 눈 높이 보다 조금 아래로 설치하고 약간의 거리를 두면 더욱 좋습니다 군북에 있는 3.1운동 기념탑 나를 한참을 서성이게 하든 자연의 사랑 서로가 서로를 꼭 껴안아 주는 바위와 나무와 덩쿨이 바람에 떠도는 꽃씨도 불러 오리라 저 시퍼런 강물을 보라 때로는 햇살처럼 情을 주면서도, 오해같은 씁쓰레한 상처도 있었겠지 하지만 물이 팔만사천의 생명들을 포용하면서 생색을 내 본적이 있든가 노래비 뒤에는 소녀 가장의 아픔도 있었다 매화가 길을 떠나고 하얀 목련이 필때 쯤..

애기 동백을 각(刻)하며

떠 다니는 길에서 혼자가 되어 혹, 연인에 취해 긴잠이 들면 괜찮아,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 산도 하나 넘고 배 저어 강도 하나 건너서 인연과 고통이 같은 것이라는 어려운 푯말만 읽고 헤어졌든가 봄은 살수록 추워지는 도시에 가도 긴 -유언이 되어 움추리지 않았다 봄이 현란한 목소리로 웃고 있는 사이 春,아무도 믿지 않았든 그 약속이 도착했다 봄 마중 삼아봄이 오는 들판을 그려 보다가 토종동백애기동백 언제였든가 동백꽃이 무더기로 피고 지든 섬마을 백사장이 생각나서 ᆢ 겨울의 꽃 동백을 그리다가 몽우리째 떨어지니 너무 안쓰러워 애기동백을 刻해봤네요 한잎, 두잎 눈물처럼 흩날리니 이 마저 애처롭지만 ᆢ 밋밋한 부분에 물감이 쓰며드니 꽃 花刻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그동안 공부했든 연필화 문인화 수묵화를 바탕으로 花..

섣달 그믐날에 쓰는 편지

화선지가 먹물을 만나면 수묵화가 되었다가 수묵화에 물감이 스며들면 풍경화가 되더이다 이렇게 인연이란 이름으로 고운 풍경을 보여 주어도 우리는 모르고 스치듯 지나쳤습니다 (사진은 예쁜 보라님 작품) 溫爐集自衆 숲을 이루어 놓으면 떠났든 새들이 돌아 오듯이 추운 겨울날 따스한 난로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온다 ᆢ 💕 눈썹이 하얗게 쇤다는 섣달 그믐날 객지로 떠났든 자식 생각에 삽짝 문 열고 기다리든 어머니가 생각나는 밤이다 계묘년에도 그저 평탄한 한해가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혹시나 어려움이 닥치면 흩어지는 구름에 싣든가 흐르는 강물에 띄어 보내고 ᆢ 걷다 보니 어느새 일모도원이라 때로는 나도 모르게 울먹임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준비해왔든 詩,서예,서각,수묵풍경화 친구들과 함께 바쁘지 않게 즐기면서..

죽도선생 겨울이야기

인연이란 이름으로 우리곁에 머물고 있는 모든 생명에게는 걱정이라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든 어린시절이 생각나서 ᆢ 산책길 한해가 저물어 가듯 낙엽되어 흙으로 간다 겨울은 그리움에 빨갛게 멍이 든 동백을 반긴다 하로동선ᆢ 혹시 잊을까봐 통증을 두려워 하면 몸도 굳는다 족자가 아닌 액자를 하니 분위기가 확실히 살아난다 ᆢ 💕 문풍지가 파르르 떨든 시린 겨울밤 쓸데없이 걱정을 다하시든 할머니 말씀은 이 만큼 와서 생각 해보니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詩였고 캄캄한 밤길을 안내하든 북극성이었어며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을 사랑하라는 깊은 가르침이었다 이동원 裸木 https://youtu.be/Lf9YcLKXY3w

서각 후오덕(厚吾德)

하늘이 나에게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의 덕을 두텁게 하여 이를 맞이 할것이고 하늘이 내몸을 수고롭게 한다면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하여 이를 보충하며 하늘이 내 처지를 곤궁하게 한다면 나의 道를 형통하게 하여 그 길을 열것이니 하늘인들 나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글로 번역했습니다) 몇해간 중단한 행사도 간략하게 해설에 열중이신 환빛선생님 와중에 노환으로 돌아가신 장인어른의 슬픈 소식이 있었습니다 훗날 우리들 이야기에 올릴께요 서각은 나무가 살아온 흔적을 옹이와 무늬로 남기는데 그 부분 잘 표현해 주는것이 나무에 대한 예의이고 정성스럽게 쓴 글씨를 한점,한획을 놓치지 않고 나무에 새기는 종합 예술이다 작품은 음양각이다 명나라 말기때 학자인 홍자성이 쓴 채근담에는 유교,도교,불교의 사상까지 닮겨 진 후오덕을 ..

서각,사노라면

산다는 것은 빈 여백을 채우는 설렘이다 ᆢ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인생 이야기 희로애락 같은 세월을 채색해보았다 대한민국 서예협회 창원 지부의 200여 명의 회원들의 작품이다 등 굽은 소나무와 푸른 솔잎이 생동감이 있다 박시후망 薄施厚望 몸이 귀해졌다고 어렵든 시절을 잊지 말라는 운정 이도학 선생의 전서체 ᆢ 어떠한 환경에서도 살아야 하듯이 혼신을 다하는 노력도 있어야 ᆢ 제각각 꿈같은 그림도 그리며 글도 써보고 때로는 물거품처럼 파도에 쓸려도 갔지만 그래도 놓쳐서는 안 될 낡은 화선지와 인생 붓 하나 누구든 세상에 올 때는 저마다 한 장씩의 화선지를 들고 태어난다지요 크든, 작든 넓든, 좁든ᆢ 살아가면서 어찌 평탄한 길만 있습니까 비가 오고 바람 불고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뿐인 그 길에서도 주문처럼 외우든..

새벽강

푸른 힘살이 돋아나는 새벽녘 가슴 깨우는 느낌표 하나 들고 새벽 강으로 달려가자 가슴이 벅차도록 반겨주는 저 뜨거운 일출 물안개 꽃이 뭉실 뭉실 피어오르고 심연의 늪 깊은 그곳에서 힘차게 날아오르는 물새 떼 가슴 깨우는 느낌표 하나 들고 새벽 강으로 달려가자 순백의 아침 맑은 이슬은 보고자 하는 이의 열정이 아니든가 멀리서 보면 구름이요 가까이 있으면 안개인데 저 구름이 춤을 추면 운무가 되더라 분분한 낙화 내 젊음도 이렇게 가고 있겠지 ᆢ ᆢ 새벽잠을 뒤로하고 강가로 가면 물 안개꽃이 피어있다 밤새도록 뒤척이게 하는 세상 이야기를 깨닫게 해주는 느낌표가 있는 새벽 강이다 꼭꼭 숨겨두고 오래도록 간직해도 좋을 보석같이 영롱한 이슬마저도 무겁다 싶으면 바람의 힘을 빌려 툭 털어버리는 풀잎의 지혜로움 깊은 ..

봄비는 가슴에 내리고

흥건하게 적신 목련나무 환하게 꽃 등켜라고 온종일 봄비가 내린다 유난히 길었든 겨울 가뭄 끝에 비가 착하게도 나린다 차마 떨구지 못한 빨간 산수유 열매 곁으로 노란 꽃망울이 미안해하면서도 조화롭게 어울린다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겠지요 눈물이 스며들어 아픈 사랑도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빨간 꽃 봄바람이 찾아오면 제일 먼저 춤을 추든 수양버들이다 공원이 아니고 깊은 산속이었다면 어떨까 겨울 내내 그리고 또 그렸든 설경이다 계곡이 꽁꽁 얼어붙고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산골마을 시린 손끝이지만 마음은 따스한 그 사람들이 생각난다 긴 겨울 가뭄으로 목마른 생명에 단비가 내리듯 봄비를 보낸 목필균 시인의 글을 쓰고 싶었다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되듯이 모든 사랑은 아름답다 불꽃처럼 타오르든 순간도 소리죽여 흐느끼..

초겨울 저녁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 버리고 정갈해진 노인같이 부드럽고 편안한 그늘을 드리우고 이파리에 휩쓸려 간 계절 온통 머리 풀고 울었든 옛날의 일들 까마득한 추억으로 나이테에 감추고 흰 눈이 내리거나 새가 앉거나 이제는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저 대지의 노래를 조금씩 가지에다 휘감는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바람은 차갑지만 햇살 가득히 찾아오는 거실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 문정희 시인의 초겨울 저녁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