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은 알고보면 바쁜것도 없습디다

서각 초대작가

시,서각,문인화,수묵화 82

봄비는 가슴에 내리고

흥건하게 적신 목련나무 환하게 꽃 등켜라고 온종일 봄비가 내린다 유난히 길었든 겨울 가뭄 끝에 비가 착하게도 나린다 차마 떨구지 못한 빨간 산수유 열매 곁으로 노란 꽃망울이 미안해하면서도 조화롭게 어울린다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겠지요 눈물이 스며들어 아픈 사랑도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빨간 꽃 봄바람이 찾아오면 제일 먼저 춤을 추든 수양버들이다 공원이 아니고 깊은 산속이었다면 어떨까 겨울 내내 그리고 또 그렸든 설경이다 계곡이 꽁꽁 얼어붙고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산골마을 시린 손끝이지만 마음은 따스한 그 사람들이 생각난다 긴 겨울 가뭄으로 목마른 생명에 단비가 내리듯 봄비를 보낸 목필균 시인의 글을 쓰고 싶었다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되듯이 모든 사랑은 아름답다 불꽃처럼 타오르든 순간도 소리죽여 흐느끼..

초겨울 저녁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 버리고 정갈해진 노인같이 부드럽고 편안한 그늘을 드리우고 이파리에 휩쓸려 간 계절 온통 머리 풀고 울었든 옛날의 일들 까마득한 추억으로 나이테에 감추고 흰 눈이 내리거나 새가 앉거나 이제는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저 대지의 노래를 조금씩 가지에다 휘감는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바람은 차갑지만 햇살 가득히 찾아오는 거실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 문정희 시인의 초겨울 저녁을 올려본다

축복같은 햇살이

저 높은 하늘에서부터 먼길 달려온 고마운 햇살이다 햇살 한 움큼이 찾아온 이곳 국화는 환하게 웃고 있다 서로 격려하면서 추억하는 갈대 가을이 찾아오는 용추계곡 놓칠세라 화폭에 담아 보았다 오늘 햇살은 너무너무 좋다 티 없이 맑고 푸른 저 높은 하늘에서부터 먼길 달려온 고마운 햇살이다 산과 들의 오곡백과를 위하여 또 내 가슴에 오랜 고질적인 우울병을 고치려고 하늘에서 몸소 내려온 은총의 햇살이다 ᆢ 정연복 초가을 햇살 추신 ᆢ 갑자기 닥쳐온 한파에 모두들 움츠렸는데 한 줌의 햇살이 너무 곱고 감사합니다 돌아보면 금방인 한 해도 어느덧 가을 중순이고요 모두들 하늘에서 몸소 내려온 은총의 햇살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서각 방하착(放下着)

욕심은 잡으려고, 움켜 쥐려고, 주먹에 힘을 주면 줄수록 더욱 빠르게 사라지는 모래와 바람 같은 것이었다 의욕과 욕심은 다릅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의욕이고 터무니없는 것은 욕심이지요 살아가면서 의욕마저 없다면 그것은 죽은 목숨이겠지요 나는 버리든 비우든 내려놓든 무소유의 깊은 뜻을 풀잎에서 배웁니다 받아서 수용할 수 있는 그만큼만, 받고 되돌려 주니 비바람에 찢어지거나 꺾어지지 않고 해맑은 모습으로 다시 새날을 맞이합니다 손에 든 무거움도 어깨에 진 등짐보다 더, 지치게 하는 것은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욕심하나 ᆢ 이슬마저 무겁다고 느껴지면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람을 핑계 삼아 툭, 털어버리는 저 슬기로움 자연은 오늘도 내게 가르침을 줍니다 코로나19로 지쳐가지만 그래도 행사는 치르고 있다 서..

한국서예협회 제30회 창원지부전

저, 해맑은 봄바람을 내 어찌 하리오 대한민국 서예협회 제30회 창원지부 전을 성산아트홀에서 오픈식을 했다 예년에 비해서 코로나 때문에 성대하지는 않았지만 250여 회원들이 1년간 준비한 작품을 6월 16일~6월 21일까지 한 점씩 전시하도록 하였다 죽도 선생은 지난봄에 준비했든 春을 선보였다 春 김형식 허공으로 흩어지는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들어보았는가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인생의 바람에 등 떠밀리며 자꾸 뒤 돌아보게 하든 시린 바람을 기억하는가 억척같은 겨울의 숲을 지나 얼음이 채 녹지 않는 시린 강물을 맨발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저 뜨거운 열정, 해맑은 봄바람을 내 어찌 하리오 ᆢ 어느듯 멸절의 벼랑 끝에서 신음하든 겨울바람이 산들바람으로 변하여 도심의 공원으로 오리가족들을 불러왔다 그리고 서예가 소정..

별 하나에 붙여서

괜찮다고 나는 네 편이라고 이마를 씻어주는 별 하나 흐린 차창 밖으로 별 하나 따라온다 참 오래되었다 저 별이 내 주위를 맴돈 지 돌아보면 문득 저 별이 있다 내가 떠날 때가 있어도 별은 떠나지 않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저 별처럼 있고 싶다 상처 받고 돌아오는 밤길 돌아보면 문득 거기 별 하나 괜찮다고 나는 네 편이라고 이마를 씻어주든 별 하나 이만치 거리에서 손 흔들어 주는 따뜻한 눈빛으로 있고 싶다 ᆢ 뿌리는 여름 같은 봄날을 대비하여 잎들을 무성하고 두툼하게 만들고 있었다 급변하는 이상기온이 주는 폭염에 시들지 말라고 두껍고 짙게 잎들을 무장시켰다 그리고 꽃이 잘 어울리는 주택에 사는 친구가 부탁했든 문패 하나 ㅎ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春 얼음이 채 녹지 않는 시린 강물을 성큼성큼 걸어오는 저 뜨거운 열정 지난 1월 계절은 한 겨울인데도 강바람에 묻혀오는 포근한 바람이 내게는 너무나 열정적으로 다가왔다 메모해둔 글을 정리하다가 글을 써보고 느티나무에 음각을 하기로 했다 짓고,쓰고,각, 삼박자를 갖추니 흐뭇한 마음도 들었다 내친김에 6월에 있을 대한민국 서예협회 창원지부 회원전에 출품을 하기로 했다

검푸른 바다를 헤치고

세상, 어디라도 찾아가는 바람과 햇살처럼 상서로운 黃龍의 기운도 함께 하시길 내 고향 친구 용태는 이름에 용자가 들어가서 인지 龍을 좋아한다 오랜만에 자필 자각을 하였다 검 푸른 바다를 헤치고 힘차게 떠 오르는 일출과 함께 세상 어디라도 찾아가는 바람과 햇살처럼 黃龍의 상서로운 기운이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리고 요즘 한창 재미를 느끼는 연필화 수업 모습도 ᆢ

저 굴곡진 세월 한자락에 서서 (청아 권의헌)

검은 갓은 나의 머리요 흰 도포는 나의 몸 올시다 들국화 향기가 짙어가는 가을밤에 동래학춤 이수자인 청아 선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랫동안 간직하였다가 죽어도 후손들이 기억할수있는 인생이야기를 남기고 싶다고 의뢰를해왔다 청아 권의헌씨는 한국중공업시절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든 직장후배였다 그는 퇴근할때면 늘 바빴다 거리가 멀고 짧고는 불문하고 고전놀이를 배우러 다녔다 풍악패를 시작으로 고성오광대,안동하회춤, 동래학춤등 ᆢ 골고루 배우고 이제는 그춤의 이수자가 되어 마,창,진 일대는 혼자뿐이라 하니 그 세월이 생각나 돌아보니 어연 삼십년 중반이 훌쩍 넘어선 세월이고 머리는 허허백발이 되어있다 살다보면 예견치 못한 일들이 생겨 방향을 잃고 헤메일때도 있었겠지만 주저 앉어면 묻힐것이요 딛고 일어서면 나아 갈수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