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은 알고보면 바쁜것도 없습디다

서각 초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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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강

푸른 힘살이 돋아나는 새벽녘 가슴 깨우는 느낌표 하나 들고 새벽 강으로 달려가자 가슴이 벅차도록 반겨주는 저 뜨거운 일출 물안개 꽃이 뭉실 뭉실 피어오르고 심연의 늪 깊은 그곳에서 힘차게 날아오르는 물새 떼 가슴 깨우는 느낌표 하나 들고 새벽 강으로 달려가자 순백의 아침 맑은 이슬은 보고자 하는 이의 열정이 아니든가 멀리서 보면 구름이요 가까이 있으면 안개인데 저 구름이 춤을 추면 운무가 되더라 분분한 낙화 내 젊음도 이렇게 가고 있겠지 ᆢ ᆢ 새벽잠을 뒤로하고 강가로 가면 물 안개꽃이 피어있다 밤새도록 뒤척이게 하는 세상 이야기를 깨닫게 해주는 느낌표가 있는 새벽 강이다 꼭꼭 숨겨두고 오래도록 간직해도 좋을 보석같이 영롱한 이슬마저도 무겁다 싶으면 바람의 힘을 빌려 툭 털어버리는 풀잎의 지혜로움 깊은 ..

봄 처녀 제 오시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 벌써 목련은 지려고 ᆢ 노란 눈웃음을 주든 개나리 호숫가에 버드나무 자야 자야 명자야 참 이쁘지요 가장 낮은 곳에서 말없이 축복하는 작은 꽃들 공원 한 모퉁이 과수원 불야성을 이루는 벚꽃 추위에 잠시 웅크리고 있다가 확 피어나는 벚꽃 문자문명전 초대작가전에 출품할 서각 후오덕 (厚吾德) 아직 30%공정이 남았다 ᆢ ᆢ 대한민국 예술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신 이은상, 홍난파 선생님의 봄처녀 제 오시네를 써 보았다 봄꽃은 어느 특정인을 찾아가지 않는다 삽짝 문을 열거나 길을 나서면 모두에게 다가온다 봄바람에 세상은 온통 꽃밭이다 비록 마스크를 쓴 얼굴이지만 모두들 웃고 있으니 하얀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고 그대 찾아 얼음강을 건너왔소이다

나의 이야기 2022.04.03

봄비는 가슴에 내리고

흥건하게 적신 목련나무 환하게 꽃 등켜라고 온종일 봄비가 내린다 유난히 길었든 겨울 가뭄 끝에 비가 착하게도 나린다 차마 떨구지 못한 빨간 산수유 열매 곁으로 노란 꽃망울이 미안해하면서도 조화롭게 어울린다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겠지요 눈물이 스며들어 아픈 사랑도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빨간 꽃 봄바람이 찾아오면 제일 먼저 춤을 추든 수양버들이다 공원이 아니고 깊은 산속이었다면 어떨까 겨울 내내 그리고 또 그렸든 설경이다 계곡이 꽁꽁 얼어붙고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산골마을 시린 손끝이지만 마음은 따스한 그 사람들이 생각난다 긴 겨울 가뭄으로 목마른 생명에 단비가 내리듯 봄비를 보낸 목필균 시인의 글을 쓰고 싶었다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되듯이 모든 사랑은 아름답다 불꽃처럼 타오르든 순간도 소리죽여 흐느끼..

2월의 어느날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든 칼을 버려라 情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강물같은 사랑 푸른 희망입니다 개천에 노는 오리가족들 늦은 밤 거실에서 밤늦도록 그리다 보니 문득 그리운 얼굴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정년 퇴직할 무렵에 노후 준비로 장만했든 원룸 건물 창원에서 대구까지 거리가 멀어 힘이 드네요 도배학원에서 배운 기술은 내가 봐도 훌륭하고요 ^^ 작년처럼 올해도 환하게 웃으면 반기겠지요 봄을 기다리는 것은 꽃을 보고픈 마음이다 햇살 가득한 양지바른 곳에서 피어나는 복 많은 꽃이 있는가 하면 겨울 내내 햇살 한 움큼 찾지 않아 숨소리마저 얼어붙는다는 응달진 그곳에도 온몸 비틀며 돋아나는 저 뜨거운 생명들 정호승 시인은 이러한 꽃들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든 칼을 버려야 한다..

나의 이야기 2022.02.18

봄이 곧 오리라

봄의 기척을 알아 차린 매화나무 가지 끝엔 어느새 녹두알 만한 꽃봉오리가 소한 대한 추위 모두 이겨내고 나면 산골 물은 봄의 자장가로 흘러가고 봄기운 강산에 고루 퍼지는 날 겨울 동백은 붉은 옷고름 풀어 어두운 땅을 흔들어 깨운다 지난 세월에 미련이야 없겠냐 마는 동지가 지나면서 하루 1분씩 길어 진다는 낮시간속에 절기를 잊지 않고 돌 밑에 뿌리들은 우윳빛으로 자라고 있다 봄기운 강산에 고루 퍼지는 날 훈훈한 바람은 솔솔 피우는 봄꽃 이끌고 산자락에 보름달도 환하게 뜨겠지

나의 이야기 2022.01.24

해거름 강변에 서서

죽음에서 삶으로 갈길은 먼데 이별 뒤엔 병들지 말아야 한다 일과 사랑과 꿈과 홀로 흘리든 눈물 때문에 ᆢ 혜명화님이 올리신 함안 악양루 근처에 있는 등 굽은 소나무와 낙동강 너머 들판을 그려보았다 멀쩡하든 네비가 불통이라 수소문 끝에 이곳에서 깔끔하게 수리를 하였다 일모도원이라 했든가요 갈길은 먼데 해가 저물어 옵니다 섭섭하다고 가든 길을 되돌아올 수가 있을까요 애타게 붙잡아도 속절없는 세월은 욕심껏 앞으로 가다가 기어이 해를 넘기고 만답니다 한 해 동안 우리들 마음속에 머물었든 근심 걱정 후회 실망들 그냥 송년의 강물에 띄어 보냅시다 숨소리마저 얼어붙는다는, 혹한의 추위를 이겨내는, 땅 밑에 뿌리의 처럼 산다는 것은 빈여백을 채우는 설레임이 아니든가요

나의 이야기 2021.12.30

초겨울 저녁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 버리고 정갈해진 노인같이 부드럽고 편안한 그늘을 드리우고 이파리에 휩쓸려 간 계절 온통 머리 풀고 울었든 옛날의 일들 까마득한 추억으로 나이테에 감추고 흰 눈이 내리거나 새가 앉거나 이제는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저 대지의 노래를 조금씩 가지에다 휘감는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바람은 차갑지만 햇살 가득히 찾아오는 거실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 문정희 시인의 초겨울 저녁을 올려본다

가을밤 그림 나들이

가을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는 밤 마산 상상갤러리에서 수묵화 월재 임덕현 선생님의 개인전이 있었다 수십 년 전에 창원 시가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때 수많은 청춘 남녀들이 찾아오든 마산의 중심지 불종거리였다 250년 전에도 이 거리는 풍요로웠지만 지금은 잠시 멈춘 듯해도 마, 창, 진 인근의 예술인들이 이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엽서에 담은 풍경들 길을 가다가 저런 풍경을 만나면 ᆢ 봄날은 간다 비가 되고 바람이 되어 눈이 찾아온 새벽 젊은 날 많이도 다녔던 길이다 족발골목이든가 세상은 돌고 돌아 또다시 번창하리라 지역 예술인들이 즐겨 찾는 곳 가을밤은 이렇게 깊어만 갔다 충북 괴산 소금강 휴게소 뒤 밝은미소님이 올린 사진을 흉내를 내어 보았다

나의 이야기 2021.11.18

축복같은 햇살이

저 높은 하늘에서부터 먼길 달려온 고마운 햇살이다 햇살 한 움큼이 찾아온 이곳 국화는 환하게 웃고 있다 서로 격려하면서 추억하는 갈대 가을이 찾아오는 용추계곡 놓칠세라 화폭에 담아 보았다 오늘 햇살은 너무너무 좋다 티 없이 맑고 푸른 저 높은 하늘에서부터 먼길 달려온 고마운 햇살이다 산과 들의 오곡백과를 위하여 또 내 가슴에 오랜 고질적인 우울병을 고치려고 하늘에서 몸소 내려온 은총의 햇살이다 ᆢ 정연복 초가을 햇살 추신 ᆢ 갑자기 닥쳐온 한파에 모두들 움츠렸는데 한 줌의 햇살이 너무 곱고 감사합니다 돌아보면 금방인 한 해도 어느덧 가을 중순이고요 모두들 하늘에서 몸소 내려온 은총의 햇살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고향, 그 언저리에 서서

아늑한 평화 포근한 안식으로 기억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고향은 편안한 어머니 가슴입니다 어릴 적 포항 송도해수욕장은 동심만큼이나 맑고 푸렀지요 송도해수욕장의 전성기 시절 자유여신상에서 북부해수욕장 방면 포항제철 반대편이다 언제부터인가 금모래가 없어지고 낯선 곳이 되었다 늦게나마 옛 모습을 찾고 저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지나쳐 오다가 문득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어서 ᆢ 포항 우체국 젊음의 거리였고 지금도 그럴 것이다 지쳐 돌아오는 그림자를 보며 그래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 낯선 사람들이 모여사는 거리가 되었다 두 손 꼭 잡든 친구 삼용, 용태 밤늦도록 그렇게 밤을 새웠다 죽도 어시장 시퍼런 바다가 다시 살아난 이곳, 갈매기도 춤을 춘다 눈 감으면 떠 오르는 그곳에 언제든지 훌쩍 다녀올 수..

나의 이야기 2021.10.08